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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레토 법칙을 자주 떠올리는 이유

Published:  at  07:58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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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자꾸 밟히는 법칙 하나

세상에 그럴듯한 이론은 많지만, 내게 파레토 법칙만큼 자주 떠오르는 건 없다. 20%의 원인이 80%의 결과를 만든다는 이 간단한 법칙은, 이론서보다도 현실에서 더 자주, 더 생생하게 느껴진다. 숫자가 항상 정확하진 않아도, 방향성만큼은 놀랍도록 정확하다.

우리는 보통 선형을 기대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뭔가를 시작할 때, 결과가 노력에 비례해서 나올 거라고 생각한다. 하나를 하면 하나가 나오고, 열을 하면 열이 나올 것처럼. 하지만 현실은 이상하게도 그렇게 흘러가지 않는다. 어딘가 왜곡되어 있다.

회사에서 코드를 짜다가 이런 왜곡을 종종 마주친다. 전체 작업의 80%를 꽤 순조롭게 끝낸다. ‘오늘따라 일 잘 되네’ 싶은 찰나, 갑자기 하나가 삐걱댄다. 특히 레이아웃 작업에서 자주 벌어진다. 어느 한 줄의 CSS, 예상 못한 브라우저 렌더링 이슈 하나가 시간의 구멍처럼 모든 걸 빨아들인다. 그렇게 20%의 일이 남은 상태에서, 80%의 시간이 거기서 흘러나간다.

레이아웃 디버깅에 갇힌 개발자

나쁜 일만 그런 게 아니다

파레토는 실패나 지연에만 적용되지 않는다. 오히려 좋은 일일수록 더 확연하게 드러난다.

SNS 계정을 키운 적 있다면 아마 느껴봤을 거다. 처음엔 아무리 열심히 콘텐츠를 만들어도, 조회수는 3, 5, 12. 시간 들여 써도 반응은 없다. 이 시기를 견디기가 참 어렵다.

그러다 문득, 아주 작지만 방향성이 보인다. 유독 반응이 조금 더 오는 글이 있다. 그 글의 톤을 따라가다 보면, 점점 시행착오가 쌓이고, 예상치 못한 시점에 영상 하나가 만 뷰를 넘는다. 팔로워는 10배가 되고, 유입은 폭발한다.

첫 만 뷰 영상을 확인하는 순간

이 모든 것은 처음의 20%에서 벌어진 시행착오 덕분이다. 그리고 그중 정말 미세한 시도 하나가, 80%의 반응을 불러온다.

그러니까, 일희일비하지 말자

이 법칙을 믿게 되면서부터는 ‘왜 이게 안 되지?’라는 질문을 덜 하게 됐다. 뭔가 너무 잘 풀릴 때도 약간 긴장을 한다. 마지막 20% 어딘가에 시간 도둑이 숨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아무 성과 없는 것 같은 시점에서도 조금 더 붙잡고 있게 된다. 거대한 무언가가 아주 좁은 틈에서 흘러나올지도 모르니까.

지금 내 노력이 별로 효과 없는 것처럼 보여도, 혹은 어떤 작은 문제 하나가 모든 걸 망친 것 같아 보여도, 일단 멈추기 전에 한 번쯤 파레토를 떠올린다. 전체 중 아주 적은 무언가가, 내 앞의 이 모든 것을 만들고 있는지도 모르니까.

파레토 곡선을 조용히 바라보는 사람

덜 흔들리는 마음을 위해

파레토는 과학적 이론이라기보단, 세상을 보는 하나의 감각에 가깝다. 그리고 이 감각은 종종 나를 덜 흔들리게 만들어준다. 잘될 때 너무 흥분하지 않고, 안 풀릴 때 지나치게 좌절하지 않게 한다.

그렇게 나의 시간과 마음은 조금 덜 소모된다. 일의 흐름이 낯설게 느껴질 때, 그저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이번에도 어딘가에 20%가 숨어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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